[다산칼럼] 잠재성장률 추락이 주는 경고

입력 2023-11-20 17:48   수정 2023-11-21 00:27

한국 경제에 적신호가 울리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1.9%, 내년 1.7%로 한국의 잠재성장률 전망치를 내놨다. OECD가 2% 미만으로 잠재성장률을 추정한 것은 처음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2.2%로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40년대부터 제로(0) 성장을 예측하고 있다.

우리 경제는 올해 3분기 0.6% 성장해 4분기 0.7% 성장 시 1.4% 연간 성장률을 달성한다. 잠재성장률 하락이 뉴노멀이 됐다. 20년 만에 잠재성장률이 3분의 1토막 났다. 선진국 평균에도 못 미치는 저성장이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생산성 둔화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의 말처럼 생산성이 전부는 아니지만 거의 전부다. 규제되지 않은 거대한 괴물이 생산성을 갉아먹고 있다. 2021년 시간당 생산성은 OECD 국가 중 28위다. 1위인 아일랜드의 3분의 1 수준이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임금 근로자의 임금상승률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주요 5개국)보다 2.5배 이상 높았다.

서비스산업의 낮은 생산성이 문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면 성장률이 1%포인트 높아지고 15만 개 신규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주장한다. 2010년 이후 생산성 둔화가 뚜렷하다. 성장률 정체의 절반 정도가 생산성 둔화에 기인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인구절벽이 지속 성장의 최대 복병이다. 합계출산율이 0.7명 선으로 추락했다.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고령화도 가파르다. 2025년이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생산 현장의 고령화가 심각해 건설업에서 60세 이상 근로자 비율이 21.2%에 이른다. 한국은행은 지난 25년간 고령화가 가계소득 불균형을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고령자 경제활동에 정책적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인생 이모작이 되도록 재교육이 활성화돼야 한다. 생산인구 비율이 2020년 72%에서 2050년 51%로 떨어질 전망이다. 일론 머스크 말처럼 한국이 홍콩과 더불어 가장 심한 인구 붕괴를 겪는 나라가 됐다. 2022년 출생 건수가 사상 최초로 19만 명대로 급락했다. 0.7명대로 추락한 합계출산율은 일할 사람이 부족해 ‘유럽의 병자’로 전락한 독일의 경험을 상기시킨다.

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여성 고용률을 제고해야 한다. 남녀 간 성 격차도 최소화돼야 한다. 2022년 세계경제포럼(WEF)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성 격차지수는 99위, 남녀 임금평등지수는 98위, 경제 참여·기회 부문은 115위로 나타났다. 직장 내 남녀 소득 격차가 광범위하게 이뤄진다. 결혼·임신·출산에 따른 결혼 페널티가 임금과 승진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이코노미스트지 보도에 의하면 지난 11년간 한국의 젠더 격차지수가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정규직 남녀 임금 격차가 2021년 31.1%로 1위다.

여성이 소중한 경제자원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부족한 생산인구를 이민 문호 개방만으로 풀 수는 없다. 국민통합 차원에서도 여성 고용률 확대, 가정친화적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 70%대의 높은 직장 복귀율을 보여주는 스웨덴의 사례는 우리에게는 타산지석이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클라우디아 골딘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일과 가정 양립이 가능한 유연한 일자리를 늘릴 것을 주장했다.

건전재정 기조 유지가 중요하다. 윤석열 대통령도 건전재정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국가채무가 400조원 급증했다. 2022년 국가채무는 1067조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은 2020년 48.7%에서 2028년 58.2%로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부채 비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가 비교적 조기에 극복된 것은 10%대의 낮은 국가채무 비율 덕분이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가 재집권에 성공한 것은 친시장, 건전재정 정책을 유권자들이 지지했기 때문이다. 중국 송나라 역사가 사마광(司馬光)은 사치하다가 검소해지기는 어려운 일임을 강조했다. 잠재성장률 지속 하락은 선진 한국에 대한 심대한 도전이다. 비상한 각오로 경제위기에 대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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